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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정규직에서 용역→해고→복직 ‘특별한 10년’

时间:2024-03-29 21:12:01 出处:종합읽기(143)

호텔 정규직에서 용역→해고→복직 ‘특별한 10년’

[한겨레S] 박수정의 오늘, 여성노동자
호텔노동자
한국은행, 결혼 동시에 사표 ‘각서’
호텔 객실관리 재취업…13년 근무
용역업체 전환 강요, 월급 1/3 토막
노조 만들어 투쟁…불법파견 확인
게티이미지뱅크

“그전에는 한국은행에서 일했지. 1972년에 입사해 근 10년 일하다 결혼한 거예요. 스물여덟에. 그때는 입사할 때 결혼과 동시에 사표를 쓰겠다고 각서를 썼어요. 여자들만. 당시에는 왜 그랬나 몰라? 안 그랬으면 계속 다녔을 텐데, 내가 뭘 알았겠어요? 순진하게 당하는 거지.”

소란씨네 집 앞 정류소로 은행 통근버스가 왔다. 월급과 상여금에, 돈을 많이 세어 폐가 나빠진다고 “고깃값”이 나왔다. 딸이 안정된 직장에 다니니 가족 모두 좋아했다. 아버지는 일찍부터 건강이 안 좋아, 소란씨가 생계를 도맡은 가장이었다. 당시는 은행권을 비롯해 기업들이 ‘결혼퇴직각서’를 강요했더랬다. 1974년부터 “여성 은행원 결혼퇴직각서제 폐지” 운동에 나선 여성들이 있었고, 1976년에 폐지되었다. 하지만 불법이 뿌리내린 현실은 단단했고, 차별은 다양했다.

“특히 여자는 진급하기가 너무 힘든 거야. 내가 다닐 때까지는 여자는 사원 다음인 계장이 최고였어. 옛날얘기인데, 그것도 엊그제 같아.”

호텔 개관 때부터 일했는데 내쳐
소란씨는 1988년에 개관한 르네상스호텔 객실관리부 룸메이드로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 아이 다섯살 무렵이었다. 결혼생활을 정리했는데, 다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은행, 그것도 중앙은행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외려 방해됐다. 이력서를 보면서 “아니, 이렇게 좋은 데서 일하다가 어떻게 이런 데서 일하겠느냐”고 했다. 어머니 지인 중 일본을 자주 오가는 분이 “잠시 좀 가서 일하면 좋은 일이 있을지 아냐”며 호텔 구인 소식을 알려주었다.

“내가 그때 뭘 선택할 여지가 없었어. 룸메이드가 뭔지도 몰랐어. 처음에는 변기를 닦아야 하는데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변기 붙잡고 통곡했어요. 주임한테 걸려서 혼났네. 손님 들어오면 어떡하려고 여기서 우냐고. 이왕 일하는 거 그때부터 이를 악물었지. 우리 딸이 날 쳐다보는데 어떡해.”

하루에 맡은 객실은 모두 13개. 매뉴얼에 따라 청소·정리·관리를 하다 보면 점심시간 빼고는 쉴 틈이 없다. 일 특성상 목·허리·어깨·팔다리 등 근골격계 질환이 많았다. 소란씨는 일하다 다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병원에 실려간 일도 있었다.

“손이 이렇게 다 구부러졌어. 흉해. 오른손은 더 심하지. 침대 싸는 거는 그래도 덜한데 특히 베개가 빵빵하잖아. 특급 호텔은 한 방에 베개만 8개씩이잖아. 그 커버를 일일이 다 빼고 씌우려 해봐. 악력이 세야 하는데 나는 손이 작다 보니까 막 구부러지더라고. 사람이 약으면 대강 할 텐데 난 그러지 못해. 내가 뭐 하나라도 제대로 안 하면 호텔에 누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한순간에 잘라버리니까, 억울했죠.”

소란씨는 이 호텔에서 26년 일하고 2014년에 정년퇴직했다. 그사이 10년은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2001년 말, 소란씨 포함 객실관리부 56명이 용역으로 전환됐다. 회사가 사표를 강요하면서 용역회사와 계약하라고 했다. 손님을 맞는 호텔에서 무엇보다 내세우는 게 서비스 질인데, 실상 서비스를 포기하겠다는 것. 객실관리부는 남성 노동자가 2명이고 모두 여성이었다. 호텔 개관부터 일한 40~50대 경력자들이었다.

“객실 부장이 ‘회사 이름만 다르지 똑같이 대우해줄 거다, 그냥 사표만 쓰는 거다’ 이런 식으로 얘기해. 우리는 안 쓴다고 난리 쳤는데, 공고가 붙었어. 언제까지 안 쓰면 해고한다고. 하여튼 막 협박과 회유를 해대, 결국은 쓰게 됐지.”

노조가 없었냐면, 있었다. 큰 호텔인 만큼 노조도 컸다. 당연히 대책을 세우고 조합원을 보호하고 조합원의 이익을 지켜내야 할 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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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다닐 땐 우습게 봤던 일”
“용역이 그렇더라고요. 쓰고 나서는 달라진 게 너무 많은 거야. 세상에! 월급을 100만원 받으니까 기가 막혀. 300 좀 안 되게 받았는데 200만원이나 확 줄어드니 어떻게 해? 나머지 들어갈 돈들이 구멍이 나는 거야. 집까지 날아가게 생겼지. 보너스며 연차도 없어지고,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한국노총 노조에서는 우리를 아주 모른 체 하는데 얼마나 억울해. 위원장이 자기는 회사하고 협의는 했지만, 합의는 안 했대. 그 얼마나 웃겨요. ‘협의는 했지만, 합의는 안 했다.’ 그 말을 여태 내가 잊지 않아요.”

“순진하게” 객실부장을 믿고, 노조위원장을 믿고 서명해 용역직원이 된 소란씨와 동료들은 정신을 차렸다. 15명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움직였다. 2004년 5월에는 법원에서 회사가 불법파견을 했다고 판결했다. 회사는 원직 복직 대신 계약 만료라며 이들을 해고했다. 2005년 12월30일부터 4년3개월여, 소란씨는 50대 전반을 풍찬노숙 원직 복직 싸움으로 보냈다. 지지 않고 버텨 다시 호텔에 들어가 그리운 타임카드를 손에 쥐었다.

“나무함에 쭉 꽂힌 카드 중에 이제 내 걸 꺼내서 타임키퍼에 찍고 들어갔어. 2010년 3월22일이에요. 아쉬움 남은 무기계약직이었지만, 우리끼리는 정규직 복직이라고 했어. 용역 때보다는 급여도 어느 정도 회복했고. 함께했던 언니 몇은 그동안에 나이가 지나 복직하지 못했어. 어떤 언니는 들어가자마자 몇달 못 하고 생일이 돌아와 정년퇴직하고요. 내가 4년 더 일하고, 좀 더 젊은 동료는 나보다 1~3년 더 일했지. 용역으로 바뀌고, 해고되어 복직 싸움하던 시간이 고통과 아픔도 줬지만, ‘진짜 이게 살아 있는 거구나’ 하는 그런 느낌도 받았지. 법원에서도 할 말을 다 했어요. 우리는 재판장님한테, 모기업이 호텔을 담보 삼아서 자기네 이익을 취하려고 우리 불쌍한 룸메이드를 자른 거라고, 우리는 아무 잘못도 없으니 이런 걸 잘 살펴주시라고 그랬지. 나이 많은 언니들이 옆에서 막 흐느꼈어요. 할 말은 많은데 눈물만 나오니까.”

소란씨는 20대 첫 직장에서는 각서를 거부하지 못했지만, 50대에는 자기 권리와 삶을 찾으려 애썼다. 용역 전환 뒤, 정규직 동료들한테 “차가운 냉기와 거리감”을 느꼈다. 해고돼 호텔 앞에서 1인시위 할 때는 동료들이 “고개를 모로 돌리고” 외면하던 모습을 보았다. 가슴 아픈 만큼, 원래 자리로 돌아가 억울하지 않으려 버텼다. 소란씨는 퇴직하고도 경력을 이어갔다. 2022년까지 8년 더, 다른 호텔에서, 이번에는 관리자로.

“하루 먹은 먼지랑 이틀 먹은 먼지가 다르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 자리에 가니까 더 보여. 더구나 나는 호텔 밑바닥에서부터 일해봤잖아. 다른 사람이 못 보는 게 더 보이지. 회사가 대우를 잘하면 일하는 사람도 오래 있는데, 지금은 거의 용역이라 대부분 이주노동자고 이동이 잦아. 호텔에서 일하기가 힘든데 그걸 견디면서 일하는 젊은이를 보면 착하다 싶어. 억울한 일도 많이들 당해. 그럼 살금살금 얘기해. 노동청이나 민주노총에 가보라고. 근데 노동청은 우리 편이 아니더라고.”

소란씨는 이제 출퇴근하지 않는다. 이제 겨우 쉬는데, 마치 죄짓는 느낌이란다. 생각지 못한 우울감이었다. 50년 노동을 어찌 몇마디로 정리할까만, 소란씨가 일하며 얻은 깨달음을 나눠 달라 했다.

“내가 옛날 은행 다닐 때는 혼자 잘난 척했어요. 내가 되게 고귀한 여잔 줄 알고 청소하는 사람 우습게 보고, 손에 물도 안 묻히고 살았는데 이게 이제 역전됐잖아, 인생이. 호텔에서 일하는 게 처음에는 참 창피했거든. 그런데 내가 일하면서 마음이 점점 변하더라고. 노동은 하찮은 게 아니다, 남도 기뻐하고 나도 성취감을 느끼니까. 그리고 내가 이제 나이 일흔, 고희잖아. 여러가지를 다 느끼고 보니까는 이제 내가 조금씩 달라지더라고. 아직도 모자란 점이 많지만 모든 일이 확실히 달라지는 거야.”

르포 작가
‘여자, 노동을 말하다’(2013) 저자. 여성노동자가 머물고 움직이는 장소, 일하는 시간에서 이야기를 찾아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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